어릴 적 어머니가 결혼식 가방을 챙기실 때마다 꼭 넣으시던 하얀 봉투. 그 속에는 돈과 함께 얼마나 많은 사회적 의미가 담겨 있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하지만, 이제는 변해버린 축의금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축의금 비대면 시대
최근에는 축의금 문화도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계좌이체로 축의금을 보내는 것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고, 심지어 '축의금 키오스크'까지 등장했습니다.
요즘에는 아예 축의금 접수대가 없는 결혼식장도 있다고 하죠. 대신 키오스크에 하객 정보와 축의금 액수를 입력하고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런 변화는 축의금 문화가 더욱 사무적으로 변한 것일까요, 아니면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자연스러운 진화일까요?
축의금 문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예전 농경사회에서는 결혼식에 쌀이나 국수 같은 음식물을 가져가 함께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먹는 게 풍족하지 않던 시절이라, 서로 음식을 나누면서 마을 공동체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서로 돕고자 했던 것이죠.
그러다가 화폐 경제의 성장, 도시화, 산업화와 함께 현금 중심의 축의금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그때도 너도 나도 잘 살지 못하는 상황이니, 큰 돈 드는 결혼식에 서로 조금씩 보태서 도와주려는 의미가 컸을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 돕고 축하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것이 이제는 마치 '빚'과 같은 느낌, 의무감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축의금 딜레마
요즘은 축의금이 종종 스트레스의 원인이 됩니다. 저도 몇 년 전, 오랫동안 연락 없던 대학 친구에게서 갑자기 청첩장을 받았을 때의 묘한 기분을 잊을 수 없습니다. '가야 할까? 얼마를 보내야 할까?' 이런 고민은 축하의 마음보다 더 크게 느껴졌죠.
직장 환경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 복잡해집니다. 입사한지 1주일 된 직원이 청첩장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모두에게 낯선 사람이었던 그 직원을 위해 저희는 축의금을 내야 했죠. 그리고, 그 직원은 얼마 되지 않아 아기가 생겼고 돌잔치 후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교류가 거의 없는 동료의 결혼식에도 참석해야 하는 압박감, 그리고 이직 후에는 그 '축의금 투자'가 회수되지 않는 현실. 이것이 과연 옳은 문화일까요?
또한 요즘 MZ세대들 사이에서는 '가면 10만원, 안 가면 5만원'이라는 공식이 암묵적으로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참석 여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축의금은 이미 '축하'보다는 '식대 보전'의 개념으로 변질된 것은 아닐까요?
MZ세대의 달라진 인식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MZ세대의 달라진 인식입니다. 일부 MZ세대들 사이에서 "안 주고 안 받는 게 낫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결혼식을 해야 하는 이유가 '부모님 체면'과 '축의금 회수'라는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현대의 축의금 문화는 뭔가 본질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집니다.
저 역시 이런 축의금 문화에 대해 오래 전부터 복잡한 감정을 느껴왔습니다. 누군가의 행복한 순간을 함께 축하하고 작은 정성을 보태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의무와 부담으로 변질되면, 진정한 축하의 의미는 퇴색되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무분별한 '청첩장 돌리기'는 그만!
한국의 결혼식은 ‘청첩장 돌리기’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직장, 동창, 지인 등 폭넓은 인맥에 초대장이 돌아갑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축의금은 나중에 다시 돌려받을 돈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직을 하거나, 비혼을 선택하면 그 돈을 다시 받을 기회조차 사라집니다. 정말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의례적으로 돈을 내야 하는 현실이 불편할 때도 많죠.
반면 일본의 결혼식 문화는 확연히 다릅니다. 일본에서는 결혼식에 ‘정말 친한 사람’만 신중하게 초대합니다. 하객 명단을 꼼꼼히 확인하고, 상대방의 상황까지 배려해 초대 여부를 결정합니다. 명단이 확정된 뒤에야 결혼식을 치르며, 무턱대고 초대하는 것을 오히려 민폐로 여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축의금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저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결혼식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처럼 정말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들만 초대해서 서로 마음을 다해 축하하고 축하받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백 명의 지인을 초대해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는 것보다, 소수의 진정한 지인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결혼의 진정한 의미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그럼 결혼식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요? 그럼, 결혼식을 작게 하면 됩니다. 하객이 그들의 결혼식 비용을 감당해줘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결혼식은 성대하게 하고 싶다고요? 그건 본인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므로, 그 비용만큼 더 많이 본인들이 감당해야 옳지 않을까요? 누구나 비싼 집에 살고 싶지만, 그 집을 감당할 수 있는 돈이 있어야 그 집을 사듯이 말이죠.
이런 문화가 정착된다면, 축의금도 자연스럽게 '의무'가 아닌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결혼하는 두 사람에게도, 축하하러 온 이들에게도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축의금 문화는 모든 게 풍족하지 않을 때 서로 조금씩 돕는데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것이 의무와 부담으로 변질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제는 축의금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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